- 18.08.12.-
엊그제 인근도시를 오가는 버스 안의 TV에서 이런 문자뉴스가 떴다.
'민원인 찬성 78% vs 공무원 반대 78%'
어느 기관의 공무원들에게 근무 중 명찰을 다는 것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였다.
어느 도시의 어떤 기관인지도 모르고 나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일이긴
하지만 그곳 공무원들의 편을 들어 훈수하고픈 생각이
들었다.
내 아들이나 조카가 그곳 공무원이라면 이렇게 조언하고 싶다.
"알량한 기득권에 물들어 가는 증거이므로 서둘러 벗어나 당장
명찰부터 달거라. 여기서 더 버티면 하극상이며 네가 먼저
썩는다."
고 말이다.
지나친 비유이고 억울하다고 항변할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증언하건데, 주민센터나 구청의 창구직 말단 공무원들의
행정서비스에 대해선 대단히 만족하는 편이다.
2000년대 초부터 상당히 달라졌다는 걸 실감했으며 감사와 칭찬의
덕담을 던진 기억도 꽤 많다.
그들을 향한 감사와 극찬의 표현은 아니러니하게도
"공무원 답지 않은 공무원들이시네요~" 였다.
어느 젊은 공무원이 "전에는 어땠길래요?" 물었고
'내 동창인 어느 공무원의 경우' 라고 돌려 말하며
'바글바글 거지근성,
적잖은 도둑심뽀, 부끄러움을 모르는 철판'
이라고 표현했던 기억이 있다.
오래 지난 일이고 내 친구만 그랬다고 치자.
혹시라도 아직도 그런 부류가 남아있을지 모르므로 얘기를
이어가야겠다.
지금 훈련소에서 박박~ 기고있는 아들이 입대하기 직전에 불러
몇 마디 잔소리를 던졌다.
공무원,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일하는 것인가?
아니면, 자신을 위해서 나랏일을 하는 것인가?
잠깐 생각하더니 후자란다.
그렇다면, 군복무를 위해 입대하는 것은 어느 쪽인가?
자신의 이익 보다는 나라와 국민을 위해 봉사의 성격이 훨씬
크다는데 동의했다.
얘기를 마치고 보내면서, 요즘 사병들 월급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서 물었다.
대략 10만 원 정도라고 얼핏 들었던 기억이 있어서다.
그런데 30만~40만 원으로 올랐다는 얘길 듣고 깜짝 놀랐다.
먹여주고 재워주며 그 정도 월급이라면 나라와 국민을 위한 봉사라고
내세우기도 어렵겠다, 월급 값도 못하는 무능한 준공무원으로
전락하지
말고 열심히 복무하라는 농담으로 마무리 했다.
'나라와 국민'을 핑계로 눈 먼 나랏돈을 챙기는 속셈은 현실정치병자와
공무원의 탈을 쓴 거지와 도둑의 고전적인 수법에
불과하다.
여기에 잔대가리를 굴리고 기득권과 하극상의 속임수를 더한 신종범죄가
'난닝구와 빽바지' 찌꺼기 무리에서 꿈틀거리는 징조가
보인다.
30년 전의 민주화를 핑계삼은 공치사를 기득권으로 울궈먹고 싶은가 보다.
나랏돈 챙기는 자리에서 물러나 과분하게 채워진 완장과 계급장을 떼고
떠든다면 기꺼이 속아줄 용의가 있다.
8천~1만5천 원의 월급으로 3년씩 봉사하고, 더러는 소리없이 죽어간
이름 없는 병사들에 대한 하극상일 뿐이다.
the뛸 - 18.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