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직한 고무 다라이에 미꾸라지 떼를 풀어 놓는다.
생존본능으로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며 자기들끼리 격렬하게
몸을 부딪치고 뒤엉킨다.
그 틈바구니에 입자가 굵은 소금을 한 바가지 쏟아 붓는다.
소금 입자와 발버둥으로 스스로에게 흠집을 내고 서로에게
충격과 상처를 가하며 몸부림 칠수록 상처가 깊어지며 죽음
을 향한다.
몇 시간만 지나면 스스로 잠잠해 진다.
몸뚱이에 간까지 적당히 배어 조리하기도 먹기도 좋단다.
이것은 초등학생 시절에 직접 보고 들으며 알게된 방법이다.
그 뒤로 중학생 무렵이었을라나, 동네 어른들의 두런거리는
담소에서 귀동냥으로 들은 방법도 있다.
물을 채운 냄비에 큼직한 두부를 통채로 담그고 미꾸라지 몇
마리를 풀어 놓는다.
약한 불로 서서히 가열하면 뜨거운 기운을 피해 앞을 다투며
두부 속으로 파고 든단다.
잠잠해지면 열을 가하여 충분히 익힌 뒤에 두부를 꺼내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면 된단다.
(*)
나는 미꾸라지 음식, 추어탕을 즐겨하지 않는다.
아주 오래 전에 딱 한 번 시식했다가 입에 맞지 않았고 그후
로는 시도해본 적이 없는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꾸라지 잡는 법'을 오랫동안 기억하는
이유는 그 방법에 담긴 이치, 지혜, 전술전략 때문이다.
오랑캐로써 오랑캐를 무찌른다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뛰어난 전술, 손 안대고 코풀기의 편리
한 전략의 시범사례일 뿐 아니라
'꽃놀이패=내로남불+조로남불+총알받이'(19.08.24)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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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꾀에 스스로 넘어지고, 제가 놓은 덫에 스스로 걸려들며,
제 무덤을 스스로 파거나, 제 머리를 스스로 짓찢는 '직찍사'
의 사례를 볼 때마다 '미꾸라지 잡는 법'의 교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
내게 있어서는 초딩 중딩 시절의 보잘 것 없는 수준의 지식과
경험에 불과하지만, 모르고 있었던 사람들에게는 꽤나 유용한
정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같은 이치로, 다른 누군가가 초딩 중딩 시절에 기피하던 음식
을 극복한 방법, 지식, 경험, 이치를 내게 알려주거나 깨닫게
한다면 꽤나 유용하고 수준 높은 정보가 될 것 같다.
이렇게 각자가 알고 있는 지식, 경험, 이치를 다른 사람들도
마음껏 갖다 쓸 수 있도록 알려주고, 다른 사람들이 가진 것
들도 또 다른 사람들이 편하게 쓸 수 있도록 내어놓는 행위와
상태, 그것들을 유지하고 촉진하는 시스템 등.
이런 것들을 단어로 표현한다면 '개방과 공유' '지식의 실천'
'지식의 지성화' 조금 거창하게 표현한다면 '행동하는 양심'
쯤이 될 텐데, 그것을 통칭한 개념으로 '실천지식'이 가장 적
당할 것 같다.